백세시대를 넘어 120세시대를 이야기하는 오늘,

저속노화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높고 뜨겁다.🔥





‘장수 혁명’이 성큼 다가오면서 누구에게나 최우선 과제인 건강을 지키기 위한 방법은 더욱 구체적이고 세분화되는 중이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는 오늘도 진료실 안과 밖을 오가며 건강하게 나이 드는 방법을 강조하고 공유한다.🔗


🩺 ‘시니어를 위한 웰에이징 가이드’를 주제로 삼은 <주부생활> 3월호 인터뷰 이후 오랜만에 뵙네요. 그간 어떻게 지냈나요?


예전처럼 외래진료를 보고 논문을 쓰면서 책도 내고 신문과 잡지에 기고도 했어요. 하던 일을 계속하면서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일도 시도했는데, 먼저 ‘정희원의 저속노화’라는 채널명으로 유튜브를 시작했어요. 또 CJ와 손잡고 제 레시피로 만든 즉석밥 ‘라이스플랜’을 출시했고요.


🩺 TV, 유튜브는 물론 다양한 곳에서의 강연과 더불어 책 «저속노화 식사법»과 «365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 일력»을 펴내기도 했어요.


«저속노화 식사법»은 한국형 마인드(MIND) 식사법을 뜻해요. 건강 식단으로 유명한 지중해식 식단과 고혈압을 예방하는 대시(DASH) 식단의 장점을 합쳐 만들었어요. 밥에 집중하는 한국인의 식습관을 반영해 마인드 식사법을 다듬은 것이 «저속노화 식사법»입니다. «365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 일력»은 제 책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에서 따온 구절들을 엮어 만든 일력이에요. 매일 한 장씩 읽고 실천하는 저속노화 책이죠. 요일이 적혀 있지 않아 해가 바뀌어도 계속 쓸 수 있어요.


🩺 저속노화는 올해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관통하는 가장 강력한 키워드였어요. 건강에 대한 인식과 관점을 크게 변화시켰다는 점에서 자부심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낄 것 같아요.


자부심까지는 아니지만 뿌듯하긴 해요. 확실히 많은 분들이 알아주시는 것 같아요. 다만 책임감을 많이 느껴요. 저속노화 붐을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시키고 싶거든요. 한때 웰빙 붐이 일었는데, 의도 자체는 좋았지만 갈수록 변질이 많이 되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그렇게 되는 건 피하고 싶어요.


🩺 SNS를 통한 활발한 소통으로 친숙한 이미지도 생겼어요. 저속노화와 가속노화의 개념을 알리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유가 있나요?


무엇보다 청년층의 건강 악화를 막고 싶어서예요.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30세대에서 만성질환 환자가 중장년층에 비해 빠르게 늘고 있다고 해요. 2030 고혈압 환자 증가율은 전 연령 중 가장 높고요. 게다가 2010년대부터 30세 이하 당뇨 환자가 급증하고 있어요. 이는 한국인 평균 하루 당분 공급량이 1961년 5.17g에서 2017년 133.48g으로 증가한 것과 무관하지 않죠. 젊은 시기의 건강 관리는 본인의 미래 질병 목록뿐 아니라 노쇠 등 삶의 질을 상당 부분 결정하고, 더 나아가 보험 재정과 사회 분위기까지 좌지우지해요. 조금이라도 일찍 건강 궤적을 개선하지 않으면 추후에 큰 문제가 생기는데, 전 그걸 막고 싶었어요.


🩺 그사이 노년내과를 찾는 이들의 인식과 특징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나요?


이전에는 노년내과를 ‘논현(동에 위치한) 내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만큼 존재감이 없었어요.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노년내과의 존재 자체는 확실히 각인시킨 것 같아요.


🩺 저속노화에 대한 관심도를 확인한 에피소드나 일화가 있다면요?


길을 걷는데 어떤 젊은 남자분이 저를 알아보더라고요. 제 책을 읽고 하라는 대로 실천해 살을 많이 뺐대요. 몸무게가 세 자리에서 두 자리로 바뀌었다고 하더군요. 사진도 같이 찍었는데 참 뭉클했어요.


🩺 하나의 이론은 끊임없이 확장, 재생산, 진화하곤 해요. 저속노화가 크게 주목받으면서 이론적으로 더 확장되거나 진화한 내용도 있나요?


‘이게 왜 안 될까?’를 고민하게 돼요. 나름대로 실천하기 쉬운 수준의 건강 정보를 알려줬다고 생각했는데도 불구하고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 사회 구조나 인간 심리까지 파고들게 되더라고요. 한국 사회는 가속노화를 부추기는 사회라고 생각해요. 무조건 열심히 일하는 것을 최고로 치고 잠을 많이 자는 것을 죄악시하죠. 한편 인간은 의지가 매우 약하므로 저속노화를 실천하려면 습관 형성이 중요하다는 점 등은 인간 심리에 해당하겠네요.



🩺 반대로 너무 많은 방향으로 재생산되다 보니 저속노화를 잘못 이해하는 경우는 없나요?


저속노화를 소위 안티에이징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꽤 있어요. 아이 크림을 바르고 보톡스를 맞는 것과 같은 선상에서 이해하는 거죠. 저속노화 생활 습관을 실천하면 젊어 보일 수는 있지만 둘 사이의 차이점은 분명 존재해요. 첫 번째는 노화에 대한 태도예요. 저속노화는 노화의 원인을 교정해 느리게 나이 들고자 하는 것으로, 노화의 결과를 고치고자 하는 안티에이징과 다른 점이죠. 다음으로 무엇에 초점을 두느냐예요. 저속노화는 외모뿐 아니라 근육이나 장기 등 신체 내부에도 초점을 두거든요.


🩺 많은 환자를 마주하다 보면 건강 트렌드가 절로 보일 텐데, 저속노화 외에 최근의 건강 트렌드는 무엇인가요?


달리기라고 생각해요. 최근 2030세대가 달리기에 진심인데, 긍정적인 일이죠. 2030은 유산소운동을 주로 하면 좋거든요. 10월에 열린 국내 3대 마라톤 중 하나인 춘천마라톤의 전체 참가자 중 2030세대 비율이 49.7%였대요. 작년에는 36.2%였으니 일 년 사이 크게 성장했죠.


🩺 이전 인터뷰에서 생애주기별 식습관과 운동 종류에 대해서도 언급했어요. <주부생활> 구독자를 위해 30, 40, 50대 여성에게 각각 알맞은 식단과 운동법을 전한다면요?


식단은 차이가 없어요. 탄산음료로 대표되는 단순당과 정제 곡물은 피하고 육류, 튀김, 초콜릿은 적게 먹는 게 좋아요. 도정을 하지 않거나 적게 한 통곡물, 콩, 푸른잎 채소, 베리류, 견과류, 올리브유를 주로 먹는 걸 추천하고요. 간혹 콩에 든 여성호르몬을 걱정하는 사람이 있는데, 두유나 두부 등으로 가공해 먹으면 별 문제 없어요. 운동의 경우 30대에게는 유산소운동을 추천해요. 몸이 조금씩 뻣뻣해지면 근육도 빠지기 시작하는 나이이므로 스트레칭과 근력운동도 필요해요. 40대부터는 스트레칭과 근력운동의 비중을 늘려야 하고, 50대부터는 특히 근육에 신경 써야 해요. 나이에 상관없이 한 가지 운동만 하기보다 유산소운동과 스트레칭, 근력운동을 골고루 해야 합니다. 단, 식단이나 운동 모두 노쇠하지 않은 경우를 가정한 것이기에 젊더라도 상황에 따라 적합하지 않을 수 있어요. 암을 포함한 질환 때문에 전신적인 영양 부족이 나타나는 악액질 상태라면 흰쌀밥에 고기를 먹어야겠죠.


🩺 얼마 전 성장기 아들의 저속노화 식단을 공개해 눈길을 끌기도 했어요. 10대 때부터 저속노화를 위해 식단 관리를 해야 하나요?


그 일로 악플도 많이 받았어요. 아이인데 노화를 운운하니 거부감을 느꼈다고 생각해요. 앞서 말한 것처럼 저속노화를 안티에이징과 혼동하고, 성장과 노화를 별개로 인식하기 때문에 그런 반응이 나온 게 아닐까 싶어요. 하지만 노화와 성장은 많은 경로를 공유해요. 가속노화 음식으로 인해 영양 왜곡이 생기면 성장 궤적 또한 왜곡돼요. 소아비만, 성조숙증 등 대사질환이 생길 가능성도 높아지고요. 문제는 성인이 되었을 때까지 이어져요. 이른 시기에 당뇨,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을 앓게 될 수 있고 생식기능에도 문제가 생기기 쉬워요. 대사 소프트웨어는 평생 써야 하는데 어릴 때 잘못된 방향으로 쓰면 더 오래 나쁜 결과를 만들게 되는 셈이에요.


🩺 건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최우선으로 실천해야 할 한 가지를 꼽자면요?


단연 수면입니다. 수면이 부족하면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증가하고, 심혈관계의 긴장도가 올라가 심근경색 같은 질환에 의한 사망 가능성이 높아지는 데다 면역력도 떨어져요. 대뇌, 특히 전두엽 기능이 저하되고요. 전두엽은 자제력을 담당하기 때문에 단순당과 정제 곡물, 술, 커피, 담배 같은 해로운 자극의 유혹에 넘어가기 쉬운 상태가 돼요. 최소 7시간은 잘 것을 권장해요. 10일간 하루에 6시간만 수면을 취하면 24시간 동안 잠을 안 잔 사람과 비슷한 수준의 집중력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 마지막으로 <주부생활>이 선정한 ‘올해의 건강 전도사’로서 앞으로의 계획과 활동이 궁금해요.


영광이네요. 내년에는 저속노화를 좀 더 가깝게 접할 수 있도록 활동하는 게 목표예요. 우선 상반기에는 2030 1인 가구를 타깃으로 한 생존 요리 시리즈를 기획할 예정이에요. 새해에는 모두가 느리게 나이 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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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전혜라

Photographer 안건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