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제대로 아는 것 이모란의 자존감
유튜브 채널 ‘A급 장영란’에 게스트로 등장한 이모란의 유쾌한 에너지에 수많은 사람이 열광했다.
특히 오랜 시간 필라테스로 다져진 건강한 몸에서 자연스레 발산되는 자신감은 단순히 애티튜드를 넘어 긍정적인 마인드라는 확고한 코어에서 비롯된 것임을 보여주었다.
‘네 자신을 사랑하라.’ 이 단순하지만 어려운 삶의 진리를 간파하고 실천하며 사는 그녀에게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직접 물었다.
이모란은 20년 차 필라테스 강사다. 회원 수백 명의 건강을 관리하며 강사들을 교육하고 필라테스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사업가이며, 18살 된 아이의 엄마이자 아내이기도 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주변에서 종종 보이는 시원시원한 성격의 걸크러시 같은 캐릭터인가 싶지만, 전하는 말에 담긴 진짜 메시지를 보면 이 언니, 내공이 보통이 아니다.
그녀는 진정한 자존감은 아무 근거도 없이 ‘나는 충분히 잘났어’라고 말하는 괜한 허세와는 분명히 다르다고, 끊임없이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고 타인과 스스로에게 말을 걸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유튜브 채널 ‘A급 장영란’에서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태도를 보여주었어요. 자칫 자기 과시로 흐를 수도 있는데, 상대에게 공감하면서 긍정적인 에너지까지 전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어떻게 그런 건강한 자존감을 갖게 됐나요?
사실 자존감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것과 학대하는 것을 구별하는 게 중요하죠. 내게 주어진 역할이나 일을 모두 잘해낸다고 해서 무조건 자존감이 높아질까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저는 필라테스 수업을 하고 회원을 관리하고 회사 운영을 하다가 시간을 내서 강사 교육도 하고, 그 와중에 엄마로서의 역할도 하면서 정말 바쁘게 살고 있거든요. 그런데 힘들다거나 희생한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아요. 이 모든 일을 이도 저도 선택하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을 분명히 알고 그것들을 충실히 하기 위해 에너지를 집중하는 거죠.
일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역량을 성장시키는 과정이라고 끊임없이 마인드 컨트롤을 해요. 필라테스를 가르치면서 ‘나는 이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야. 나는 기꺼이 도울 수 있는 사람이야’ 하고 자기 최면을 거는 식이죠. 반대로 도움을 받으려고만 하면 오히려 자존감이 떨어지고 능력을 키울 수도 없어요. 사람마다 기준은 다르겠지만, 제 경험상 자존감은 스스로의 능력을 키워내는 것에서 생기더라고요. 아주 작은 것이라도 괜찮아요. 길을 찾는 어르신을 도와드리는 것처럼요. 자존감이 저 멀리 어딘가에 있는 대단한 무언가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결국 자존감을 높이려면 먼저 자기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는 말이네요. 하지만 자신이 뭘 잘하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뭘 해야 행복한지 알지 못하는 사람도 많죠.
맞아요. 그래서 수시로 자신을 들여다봐야 해요. 어떤 포인트에서 마음이 움직이는지, 지금의 감정과 기분이 어떤지 알아야 하죠. 대부분 자신을 잘 아는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거든요. ‘알아차리는 것’은 연습이 필요해요. 이를테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꼬여 있는 부분, 기분 나쁜 포인트 같은 거요. 이런 기본 정보를 알고 있으면 일상에서 자존감 떨어질 일이 없어요. 보통 언제 자존감이 떨어지나요? 상대에게 인정받지 못했을 때잖아요.
다른 사람이 나를 알아주기만을 바라니까 자존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상대는 나한테 그만큼 관심이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어떤 포인트에서 자존심이 상하거나 삐지는지, 슬프거나 아픈지 아는 것이 굉장히 중요해요. 저는 매일 여러 번 기분을 체크해요. 지금 기분이 어떤지, 마음이 괜찮은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거예요. 일하다 잠깐 짬이 나면 휴대폰을 멀리 치우고 온전히 내 상태와 기분에 집중하기도 해요. 연습이 되면 단 몇 분만으로도 충분해요. 이건 정말 추천하는 방법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힘들거나 버티기 어려운 날은 어떻게 하나요?
저는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연습이 돼서 사실 자존감이 떨어져서 힘들 때는 거의 없어요. 그런데 타인과의 문제나 관계, 또는 일과 관련된 부분들은 당연히 어렵고 힘들죠. 이를테면 아이와 관련된 문제나 직원과의 문제 같은 거요. 그럴 땐 무조건 마음속으로 ‘긍정!’을 외쳐요.(웃음) ‘그래도 죽고 사는 문제는 아니잖아, 괜찮아!’라고 되뇌는 거예요. 아이 때문에 잠깐 힘들더라도 아이가 주는 행복이 훨씬 크잖아요. 때에 따라 억울하기도 하고, 쉽게 해결되지 않는 일도 있지만 최대한 털어버리려고 노력하죠. 그리고 그날 쌓인 스트레스는 꼭 그날 다 푸는 편이에요. 술 한 잔 가볍게 마시면서 대화를 하는 것. 저한테는 최고의 힐링이자 스트레스 해소법이에요.
미워하는 감정도 쌓이면 결국 독이 되거든요. 미운 감정을 담아두면 어쩔 수 없이 점점 더 미워 보이고, 결국은 그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알게 모르게 공격적으로 변하게 되죠. 그게 사람 심리니까요. 나는 티 안 내려고 해도 상대는 느낄 거고요. 그래서 서운했던 것, 속상했던 것을 술 한잔하면서 모두 이야기하는 편이에요. 사실 우울에 빠지는 이유가 대개 인간관계 때문인데, 어떻게 보면 다행이기도 해요. 대화로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으니까요. 막상 얘기해보면 별거 아닌 오해일 때도 많고요. 만약 스스로에게 실망했다면, 자기 내면과 대화를 해봐야죠.
20년 경력의 필라테스 강사 겸 강사들을 교육하는 라니코어 필라테스의 원장이자 18살 아이의 엄마이기도 합니다. 커리어와 가정의 균형을 지키는 노하우는 무엇인가요?
조금 무책임한 대답일 수 있지만, 원칙은 하나예요.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자.(웃음) 엄마로서도, 강사로서도 무조건 완벽하려고 하지 말자가 제 원칙이에요. 사업가로서의 저는 일단 월급날을 지키고, 직원들 안 미워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월급은 많이 주고 최대한 일은 덜 시키면 최고죠, 뭐.(웃음) 아들한테도 공부해라 같은 잔소리를 거의 안 해요. 서로 사랑하는 마음은 충분히 알고 있으니까요. 결국 각자 인생은 스스로 길을 찾고 개척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비교적 잘나가는 강사이고, 어쩌다 유명세까지 타고 나니 어떤 분은 제가 굉장히 악바리 같은 완벽주의자일 거라 생각하기도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제 별명이 뽀로로예요. 노는 걸 너무 좋아해서.(웃음) 열심히보다는 할 수 있는 만큼 역량껏 최선을 다해요. 물론 이건 대충 하는 것과는 다르죠.
다만 직원들한테는 빈틈도 많이 보이고 인간적인 모습을 굳이 숨기지 않죠. 또 가정을 꾸려가다 보면 욕심이 많아지잖아요. 아이 식사도 완벽하게 챙겨주고 싶고, 시댁에도 잘하고 싶고, 사랑도 많이 주고 싶고. 그런데 이걸 다 잘하겠다는 건 정말 욕심이더라고요. 게다가 잘한다고 내 노력을 알아주는 것도 아니에요. ‘우리 엄마는 원래 잘하는 사람이야’라고 인식돼서 어느 순간 ‘잘하는 것’이 기본값이 되어버리죠. 그런데 원래라는 건 없잖아요. 다 똑같은 사람인걸요. 할 수 있는 일은 하고 못하는 일은 못한다고 말하는 것이 제 노하우라면 노하우랄까요. 이것도 제가 스스로를 잘 알기 때문에 찾은 방법이죠. 대신, 뭘 하든 중간은 해야 해요. 그렇게 남한테 크게 폐 안 끼치고 내 몫을 적당히 해내면서 살다 보면 인생에서 ‘지금이다!’ 싶은 순간이 와요. 그땐 달려야죠. 그때를 위해 에너지를 모아두는 게 제 전략이에요.
스스로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나 자신한테 부끄럽지 않고 책임감 있게 사는 거예요. 사회에 수십억을 환원하는 그런 거창한 인생을 살지는 못하더라도 부끄럽지 않게, 책임 있게 살고자 하는 마음이 강해요. 위대한 사람이 되기보다 주변에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하고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같이 성장해나가는 것. 그러다 보면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자연스레 따라오니까요. 돌이켜보면 직원들이나 회원들이 네 일 내 일 할 것 없이 같이 고민하고 풀어가며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같이 성장했죠. 사실 혼자 잘나가면 뭐해요. 다 같이 고생한 건데!(웃음) 누군가는 오지라퍼라 할 수 있지만, 저는 조금 피곤하더라도 이렇게 사는 게 좋아요.
‘10년 뒤의 이모란’은 뭘 하고 있을까요?
정말 확실하게 답할 수 있는 건 필라테스요. 사실 이제까지는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그 세월을 돌이켜보면 정말 즐거웠던 건 사람 몸을 바꾸는 일이었어요. 그게 좋아서 제가 필라테스를 해왔더라고요. 그 기쁨과 즐거움으로 20년을 하게 된 거고요. 단순히 직업이라서거나 돈 때문이었다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더 좋아할 만한 직업을 찾거나 더 큰돈을 버는 방법을 고민했겠죠. 필라테스로 사람들의 몸이 바뀌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저한테는 더없이 큰 보람이기 때문에 10년 뒤에도 계속하고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의 10년은 운동을 어려워하고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쉽게 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어요. 지금도 차근차근 준비를 하고 있어요. ‘모란스핏’이라는 운동 도구&건강식 브랜드를 기획하는 것도 그 때문이고요. 곧 론칭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웃음) 운동을 하면서 느낀 불편을 해소해주는 아이템, 쉽게 운동하는 방법 등을 여러 채널을 통해 많이 알리고 싶어요. 혹시 아나요? 이모란표 국민체조를 창시하게 될지!(웃음)
"제 경험상 자존감은 스스로의 능력을 키워내는 것에서 생기더라고요. 아주 작은 것이라도 괜찮아요.
길을 찾는 어르신을 도와드리는 것처럼요. 자존감이 저 멀리 어딘가에 있는 대단한 무언가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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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유수미
Photographer 박나희
Hair & Make-up 강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