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장면들
우리에겐 익숙한 일상이 외국인에게는 생경하기 그지없다.
여행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한국의 면면들.
물은 셀프, 반찬은 무제한 리필
서구권 국가에서는 메인 요리와 함께 사이드 디시를 별도로 주문해야 하지만, 한국 식당에서는 메뉴 하나를 주문하면 다양한 반찬과 물이 함께 나온다. 외국인들은 풍성한 상차림은 물론, 다 먹은 반찬을 무료로 리필해준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특히 고깃집에서 테이블 위 화로를 중심으로 각종 반찬과 채소가 푸짐하게 차려지는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라고.
거대한 지하상가는 또 하나의 도시야
폭염에도, 장대비에도 걱정 없다. 한국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지하상가는 마치 또 다른 세계처럼 펼쳐져 있다. 상점, 카페, 미용실, 병원까지 없는 게 없고, 무엇보다 지상과 지하를 자유롭게 오가는 출구 시스템은 외국인들에게는 그 자체로 놀라움이다. 서울의 고속터미널, 강남역, 잠실역 등의 지하상가는 한 번 들어가면 몇 시간을 돌아다니게 된다는 말이 괜한 농담이 아니다.
교통카드만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어
출퇴근길 ‘지옥철’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지하철은 그저 신세계다. 교통카드 하나로 지하철과 버스 간 환승이 가능하고, 정차 역은 영어·중국어·일본어 등 4개 국어로 안내되기 때문. 여기에 예정된 시각에 열차가 도착해 목적지까지의 소요 시간을 정확히 알 수 있으며, 빠르고 강한 신호의 와이파이를 제공해 만족스러워한다.
이 골목의 주인은 따로 있어
성수, 이태원 등 핫한 동네를 조금만 벗어나 보면 안다. 아침부터 동네 골목과 시장 입구는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신문을 넘기고, 바둑을 두고, 국밥 한 그릇에 세월을 풀어내는 모습은 한국 길거리의 일상이자 풍경이다. 외국인들에게는 한국 사회의 고령화가 느껴지는 대목이라고.
아무도 안 가져가
식당이나 카페에서 개인 소지품으로 자리를 맡는 풍경은 외국인들에게 충격 그 자체. 누가 가져갈까 불안해할 필요도 없이 소지품으로 내 자리를 지키는 건 암묵적인 사회적 약속이다. 한국은 ‘잃어버릴까 봐’보다 ‘먼저 앉고 싶다’는 의지가 더 강한 나라니까. 다만 신기하게도 테이블 위 휴대폰은 그대로인데 자전거는 가끔 사라진다.
빵으로 헤쳐모여
한국에서는 맛있는 빵집이 있다면 기꺼이 몇 시간을 달려간다. 제주에서 서울까지, 작은 골목 안 베이커리에도 주말이면 긴 줄이 늘어선다. 밥심 대신 빵심으로 살아가는 외국인들조차 ‘빵 하나에 이렇게까지?’라며 놀라곤 하지만, 한국인에게 맛있는 빵은 그 자체로 여행과 만남의 이유가 된다. 덕분에 한국의 디저트 신은 더 화려하고 트렌디해져가는 중이다.
직원이 없어도 밤새 문을 열어둬
새벽 2시, 골목길 가게마다 불이 환하다. 사람 없이 운영되는 무인 점포 덕에 도시 곳곳에서 언제든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다.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카페, 밀키트 전문점까지 등장하며 셀프 계산, 쇼핑은 이제 일상이 됐다. 도둑 걱정보다 시스템을 믿는 사회, 외국인에겐 이 조용한 신뢰가 가장 낯설고 놀랍다.
누가 보는지는 몰라도, 누군가 보고 있어
어느 골목이든 CCTV는 어김없이 설치돼 있다. 심야 시간에도 혼자 귀가할 수 있는 건 이런 촘촘한 감시망 덕분이다. 외국인들은 이런 감시 체계에 불만을 토로하곤 하지만, 한국인들은 이미 자연스러운 풍경으로 받아들인다. 지나친 통제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 감시가 곧 안전이 된다는 역설이 한국을 지킨다.
아파트는 도시 풍경의 기본값이야
비행기에서 서울을 내려다보는 순간 금세 알 수 있다. 한국은 아파트 공화국임을. 수십 동씩 똑같이 생긴 아파트가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은 한국 도시의 상징이자 풍경이다. 그만큼 한국인의 주거 문화는 아파트에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우리가 아파트 브랜드, 층수, 방향, 커뮤니티 시설까지 꼼꼼히 따져 고르며, 그에 따라 집값이 천차만별이라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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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유승현
Photographer 박나희, 정새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