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RE LOVE
조윤희는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힘껏 끌어안았다.
플라워 탱크톱, 시스루 팬츠, 레이스업 플랫 슈즈 모두 DRIES VAN NOTEN <주부생활>과는 딱 2년 만의 재회네요. 너무 상투적인 말 같지만, 정말 그대로예요.
에이, 전혀 그렇지 않아요. 주름은 당연히 늘었고, 어느 하나를 꼭 짚을 수는 없지만 거울에 비친 얼굴이 예전과는 묘하게 달라요. 이런 변화들은 서서히 느껴지는 게 아니라 훅 오더라고요. 내 모습은 내가 가장 잘 알잖아요. 어떤 날은 아무렇지 않았다가 어떤 날은 갑자기 슬프기도 하고, 그런 것 같아요.(웃음)


출연하고 있는 드라마 <금주를 부탁해>가 한창 방영 중이죠? 드라마 리뷰나 댓글은 꼼꼼히 챙겨 보는 편인가요?
촬영은 지난 3월에 마쳤고, 요즘은 본방 사수를 하며 마음속으로 떠나보내고 있어요. 댓글이나 리뷰를 그렇게 열심히 챙겨 보는 편은 아니에요. 물론 응원해주는 글도 많지만, 혹시라도 안 좋은 반응을 보게 되면 내내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대신 방송분은 꼼꼼히 챙겨 보죠. 편집을 거친 뒤라 촬영할 때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내가 한 연기나 감정 표현이 저 장면에서 저렇게 전달되는구나, 새삼 되새기게 되어서 좋더라고요.
자신이 출연한 작품은 오히려 못 보는 사람도 있잖아요.
맞아요. 왠지 민망하고 부끄럽다 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완전 반대예요. 저는 사실 드라마를 별로 안 봐요. 특히나 아이를 키우면서는 집에서 TV 자체를 잘 켜지 않기도 했고요. 그나마 보는 것이 몇몇 예능 프로그램이나 제가 나온 드라마 정도? 저는 제가 나오는 드라마가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어요. 하하.
특히 이번 작품은 제작발표회부터 캐릭터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지더라고요.
드라마 내용도 중요하지만, 어쨌든 배우는 배역을 받으면 내가 잘할 수 있는 캐릭터일까 스스로 질문을 하잖아요.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거든요. 이번에 연기한 ‘현주’는 싱글맘이라 대본을 보자마자 많은 부분에 공감할 수 있었고, 그래서 정말 편안하고 좋았어요. 실제의 나와 너무 동떨어진 설정이나 캐릭터는 아무리 준비해도 미처 표현하지 못하거나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이 생기거든요. 배우로서는 이게 정말 어렵고요. 그런데 ‘현주’의 상황이나 감정, 대사는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고 받아들여져서 굉장히 즐겁게 연기했어요.
특히 어떤 부분에 공감했나요?
개인, 여자로서의 삶보다 엄마로서의 삶에 더 집중하면서 겪는 현실적인 고민들이요. 저 또한 여전히 삶의 1순위는 로아거든요. 아이한테 최선을 다하고 싶고, 거기에서 느끼는 뿌듯함이 커요. 그래서 드라마 속 ‘현주’가 처한 상황이나 고민들에 완전히 몰입했던 것 같아요. 배우에게는 나와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은 욕망과 마치 또 다른 자아처럼 완벽하게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은 열망이 공존하는데,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저는 명백히 후자 쪽이에요. 새로운 도전, 파격적인 시도도 좋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연기에 훨씬 더 마음이 가더라고요.


2년 전 인터뷰할 때도 그런 얘기를 한 적 있어요. “5년 뒤에는 좀 더 즐기면서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요. 원하는 바에 조금은 가까워졌나요?
어머, 제가 그런 말을 했나요?(웃음) 아마 그 말은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 같네요. 캐릭터에 대한 욕심도 있었을 테고, 촬영장 자체를 좀 더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거예요. 제 성격이 극 아이(I)예요. 누군가와 친해지고 가까워지는 게 정말 어려워요. 마음은 그게 아닌데 말 한마디 붙이는 것도 어색해해서 상대 배우에게 미안할 때가 많죠. 노력은 하지만, 타고난 성향 탓인지 쉽게 바뀌지 않더라고요. 카메라 밖에서도 좀 더 편안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럼 일상에서 가장 친한 사람은 누구인가요?
딸 로아를 빼면, 언니요.(웃음) 평소에 사람들과 자주 만나는 편이 아니에요. 어렸을 때부터 그랬고, 특히 로아를 혼자 키우면서 언니와 더 돈독해진 것 같아요. 제가 일할 때 언니가 주로 로아를 봐줬거든요. 제 가장 큰 관심사는 로아인데, 아이 얘기를 편하게 할 수 있는 상대가 저희 언니예요. 조카에 대한 사랑이 넘치고, 로아의 모든 성장을 함께 지켜봐왔기 때문에 뭐든 나눌 수 있죠. 맘껏 얘기할 수 있는 점도 좋아요. 남한테는 적정 선을 지켜야 하지만 언니와는 그런 걱정 없이 종일 로아 얘기만 할 수 있으니까요. 나를 정말 잘 이해하고 아껴주는 한 사람만 있어도 인생이 외롭지 않다고 하잖아요. 언니가 저한테는 그런 존재인 것 같아요.
드라마 속 ‘현주’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술 한 잔 마시는 것이 가장 큰 힐링이잖아요. 요즘 조윤희에게 가장 큰 힐링은 뭔가요?
최근에 언니와 실내 클라이밍을 시작했어요. 오래전부터 가족과 취미를 함께하고 싶어 하던 로망을 실현한 셈이에요. 아직 초보 단계이긴 하지만, 클라이밍 자체가 와이어 없이 내 몸에 오롯이 의지해서 올라가야 하는 거라 노력도 필요하고, 동시에 어떤 순간에는 스스로 멈추고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해요. 안 그러면 떨어져서 다치니까요. 단순히 운동을 하는 거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운동을 하고 나서는 맛있는 걸 먹으러 가죠. 로아가 얼마 전부터 치킨 맛에 눈을 떠서 요즘은 같이 치킨 먹는 재미가 쏠쏠해요.(웃음)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이 있다면요?
흠…. 요즘 영어 공부를 꾸준히 하고 있어요. 제가 위례에 사는데, 촬영이나 별다른 스케줄이 없으면 동네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아요. 로아 학교나 학원도 다 집 근처라 따로 시간을 내서 라이드할 필요가 없고요. 로아가 2학년이 되니 저만의 시간이 조금씩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틈날 때 언니랑 운동하고 수다 떨거나, 아니면 영어 학원에 가요. 로아가 다니는 영어 학원에 상담을 갔는데, 원어민 선생님들이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즉흥적으로 ‘혹시 성인반 수업은 없나요?’ 여쭤봤더니, 가능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일대일 수업을 신청했죠. 소속사에서 제공해주는 영어 수업도 꼬박꼬박 챙겨 들어요. 영어를 잘하려면 아직 한참 멀었지만 그렇게 조금씩 뭔가를 배우고 능숙한 것들이 하나씩 생기는 게 재미있어요.
영어를 잘하게 되면 뭘 하고 싶어요?
언젠가 꼭 해외에 나가서 살아보고 싶어요. 로아에게 다양한 세상을 보여주고 싶고, 저도 같이 공부하고요. 로아와 둘이서 함께 유학 가는 게 소박한 목표랄까.(웃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지만 올겨울에 친구와 함께 멀지 않은 곳에 가서 한 달 살이를 체험 삼아 해볼까, 하는 얘기를 나눈 적도 있어요. 조금씩 연습해서 머지않은 때에 꼭 로망을 실현할 거예요. 그날을 상상만 해도 마음이 설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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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Editor 김은향
Fashion Editor 박유은
Photographer 장기평
Styling 허예지
Hair 김선
Make-up 방선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