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the World of Book Fairs


책이 있는 곳에는 다양한 생각과 역사가 쌓이기 마련이다. 도서전에선 더욱이 그렇다.




북유럽의 지성과 담론이 피어나는 곳


©Göteborg Book Fair

 

‘예테보리 도서전’은 1985년 시작해 지금은 북유럽 최대 도서전으로 성장했다. 매년 10만 명 이상이 찾고 900여 개 부스가 열리며, 단순한 산업 행사라기보다 북유럽 전체가 참여하는 문화 축제에 가깝다. 작가, 교사, 사서, 번역가까지 책을 둘러싼 모든 사람이 모여 세미나와 토론을 이어가고 여기에 일반 독자도 함께 어울리는 개방적 분위기가 특징이다. 또 사회적 이슈를 전면에 내세우는 프로그램으로도 유명해 인권, 민주주의, 환경, 젠더 같은 화두가 매년 주요 주제로 다뤄진다. 산업과 문화, 사회적 담론이 동시에 살아 숨 쉬는 공간, 그것이 ‘예테보리 도서전’이다.



라틴아메리카 최대의 책 축제


©Guadalajara International Book Fair

 

©Guadalajara International Book Fair

 

‘과달라하라 국제 도서전’은 단순한 출판 박람회가 아니라 라틴아메리카 지식인과 대중이 함께 모여 토론하고 문화를 나누는 거대한 광장이다. 매년 90만 명 이상이 찾아 신간 발표와 작가 강연, 공연과 시상식 등을 즐기는, 책을 매개로 한 종합 문화 페스티벌의 성격을 띤다. 1987년 과달라하라 대학이 스페인어권 출판의 중심을 만들자는 취지로 시작한 도서전은 출판사와 학계, 작가들을 한자리에 모아 스페인어 문학을 국제 무대에 올려 세운 최초의 시도로 꼽힌다.


 

한 해의 도서 판권 지도를 그리는 무대


©Frankfurt Book Fair

 

1949년, 전쟁의 잿더미 속 독일 출판인들은 프랑크푸르트에 모여들었다. 끊어진 문화 교류를 잇고 다시 자유롭게 생각을 주고받기 위해서였다. 그 작은 시도가 지금은 100여 개국, 수천 개 출판사가 몰려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출판 박람회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되었다. 해마다 주빈국을 선정해 특정 국가의 문학과 문화를 스포트라이트 아래 세우는데, 2025년에는 필리핀이 그 주인공이다. 최근에는 오디오 북, AI 번역, 디지털 플랫폼이 주요 화두로 떠오르며 출판의 미래가 가장 먼저 감지되는 곳으로 주목받는다. 단순한 도서전이 아니라 세계 출판 생태계의 1년 치 맥박을 동시에 뛰게 만드는 현장이다.


 

한국 출판의 현재를 가늠하는 창


©2025. 서울국제도서전

 

‘서울국제도서전’은 국내 최대 규모의 도서전으로 출판 산업의 흐름을 보여주고 세계와 교류하는 장이다. 1954년 한국출판협회가 시작한 이래 반세기 넘게 이어져왔으며, 지금은 매년 수십만 명이 찾는 대중적인 행사로 성장했다. 올해는 15만 명가량이 방문해 책을 중심으로 한 축제의 인기를 입증했다. 국내외 출판사와 작가가 참여해 신간 발표, 강연, 판권 거래가 이루어지고 독자들은 전시, 워크숍뿐 아니라 개성 있는 굿즈를 구입하며 책을 일상 속에서 즐긴다. 최근에는 환경, 젠더, 기술 등 동시대적 의제를 다루며 산업과 사회를 아우르는 문화 축제로 확장되고 있다.



 

세계 어린이 도서의 중심지


©Bologna Children’s Bookfair

 

1964년 ‘볼로냐 아동도서전’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당시 어린이였던 베이비붐 세대가 새로운 독자층으로 떠오르며 탄생했다. 교육 개혁과 문해력 확산이 사회적 과제로 주목받았던 당시, 어린이 책은 단순한 읽을거리를 넘어 미래 세대를 위한 핵심 문화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탈리아 출판인들은 그 흐름을 국제적으로 확장하기 위해 볼로냐에 세계 최초의 어린이 책 전문 무역전을 마련했다. 이후 박람회의 일러스트레이터 전시와 ‘볼로냐라가치’ 상은 그림책을 예술의 반열에 올려놓았고, 세계 아동 문학 IP 거래 시장의 허브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그래픽 노블과 YA(Young Adult) 대상 문학을 비롯해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상상력의 패션위크’라 느껴질 만큼 활발한 활동을 펼쳐 보인다.


 

프랑스어권 최대의 문학 축제


©Salon du livre de Montréal

 

북미에서 유일하게 프랑스어권 출판을 중심에 둔 대규모 행사 ‘몬트리올 도서전’. 매년 9만 명 이상이 찾으며, 일반 독자들와 작가가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고 사인을 받는 등 대중 친화적 분위기가 특징이다. 학생 수만 명이 참여하는 독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해 어린이·청소년 독자를 위한 활동도 제공한다. 동시에 번역권 거래와 업계 네트워킹이 활발히 이어져 문화 축제와 산업 박람회의 성격을 함께 띠는 것이 특징. 영어와 프랑스어가 공존하는 도시답게 두 언어권 문학이 자연스럽게 교차하며 새로운 흐름을 만든다.


 

아이디어가 춤추는 축제


©Sam Hardwick

 

‘헤이 페스티벌’은 책만을 위한 페스티벌이 아니다. 문학, 음악, 영화, 과학, 정치까지 다양한 주제가 뒤섞여 매년 600여 개의 프로그램이 펼쳐지는 아이디어의 축제다. 1988년 영국 웨일스의 작은 책 마을 헤이온와이에서 한 가족의 기획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영국을 넘어 스페인, 멕시코, 콜롬비아 등 세계 여러 도시로 퍼져나갔다. 페스티벌은 누구나 작가와 대화하고 토론과 공연을 즐기며 새로운 생각을 나누는 자리로 단순한 문학제가 아니라 지식과 상상력이 만나는 행사다.


무엇이든 책으로 가능한 상상


©OFFPRINT

 

독립출판을 중심으로 한 실험의 장, ‘오프프린트’미술, 건축, 디자인, 시각문화 분야의 독립출판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축제다. 대형 출판사보다는 소규모 출판사, 아티스트,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직접 만든 실험적 책과 잡지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2010년 파리에서 시작해 지금은 런던, 밀라노, 아를 등으로 확장되며 매년 200여 개 출판사가 참여하고 2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는다. 전시뿐 아니라 토크와 퍼포먼스, 워크숍이 함께 열려 출판을 매개로 한 창의적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진다. 상업적 논리에서 벗어나 책 자체를 예술적 실험의 결과물로 바라보게 하는 행사다.


 

책이 작품이 되는 순간


©Aleksey Kondratyev 

 

©Printed Matter 

 

‘LA 아트북페어’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아트 북·독립출판 박람회 중 하나로 아티스트 북과 소규모 출판물을 중심에 두고 있다. 매년 수만 명의 방문객이 찾아와 아티스트, 인디 출판사, 서점, 갤러리 등을 만나고 신간 출간과 전시, 퍼포먼스까지 폭넓게 경험한다. 2004년 뉴욕의 비영리 단체 프린티드 매터(Printed Matter)가 처음 기획해 시작되었으며, 2013년에는 방문객이 2만5000명을 넘어서며 규모가 폭발적으로 커졌다. 현재는 로스앤젤레스의 MOCA 게펜 컨템퍼러리(MOCA Geffen Contemporary)에서 열리며, DIY 자가 출판부터 아티스트의 손길이 담긴 한정판, 실험적 그래픽 매체까지 책을 예술의 한 형태로 확장하는 장으로 자리 잡았다.


 

도시 전체가 책으로 물들길 바라며


©Hongkong Book Fair

 

‘홍콩 북페어’는 매년 여름 열리는 아시아 최대의 도서전으로 책을 중심에 두고 도심과 생활 전반을 연결한다. 1990년 출판사 200여 곳과 20만 명 관람객으로 출발해 지금은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는 거대한 행사로 성장했다. 강연과 전시는 물론, 음식·레저·라이프스타일까지 아우르며 책을 도시와 일상 속에 녹여내는 점이 특징이다. 올해는 ‘음식 문화와 미래의 삶’을 주제로 독자와 저자가 직접 만나고 새로운 생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책이 삶과 맞닿아 숨 쉬는 축제, 그것이 ‘홍콩 북페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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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유승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