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ini Feast
작은 음식에도 커다란 맛을 담을 수 있다. 음료를 마시는 시간을 풍요롭게 채워주는 한 입의 미식.
우리 음식의 아름다움, 하우스오브신세계 디저트살롱
신세계백화점 더 헤리티지 5층에 자리한 ‘하우스오브신세계 디저트살롱’에 가면 우리의 음식 문화 유산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차와 떡, 한과 등을 만날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 한식연구소에서 전래 음식 연구가 서명환, 매월당의 18대손 ‘로해’ 김동현과 협업해 개발한 메뉴들로 ‘대표 상차림’을 주문하면 다섯 가지 병과와 블렌딩 차가 준비된다. 공들여 갈고 기름을 걷어낸 잣 고물을 입혀 고급스러운 떡으로 여겨지는 ‘잣경단’, 향긋한 쑥을 곱게 빻아 만든 ‘쑥갠떡’, 잘 말린 상주 곶감에 밤소를 채운 ‘건시단자’와 매화나무에 참새가 앉은 모양에서 유래했다는 ‘매작과’, 쫄깃한 식감에 시원하고 달콤한 배의 풍미와 오미자의 새콤함이 어우러진 ‘오미자배정과’ 등의 한식 디저트가 다채롭다. 다과 공간 옆에는 쌀이라는 먹거리와 짚이라는 생활 소재로 한국인의 의식주를 지탱해온 벼의 다양한 면모를 담은 전시가 11월 30일까지 진행되니 함께 즐겨보면 좋겠다.
자연을 담은 화과자, 사이
일본의 전통 과자인 화과자는 금방 사라지는 자연의 아름다운 한 장면을 포착해 작은 한입거리에 담아낸다. 플라워 스튜디오 ‘카도’를 운영하는 동시에 한 편의 전시처럼 예술성이 깃든 케이터링을 선보여온 김보배 대표가 운영하는 카페 ‘사이’에서는 감각적인 꽃 장식과 함께 절기마다 달리 만든 화과자와 차를 즐길 수 있다. 10월에는 박혜성 작가의 도자기 합에 추석의 풍요로움을 담은 화과자를 선보였다. 투명한 양갱 안에 앙금을 보름달처럼 꽉 채운 ‘달의 숨결’, 겉에는 풀잎에 맺힌 이슬을 그리고 속에는 유자 앙금을 넣은 ‘이슬결’, 측면에서 보면 투명한 양갱과 말차 양갱의 경계가 물속과도 같고 동심원으로 퍼지는 무늬가 마치 연못의 수면을 바라보는 듯한 ‘심연’, 인절미 앙금이 들어 있는 단풍 그림의 ‘단풍’ 화과자까지. 어느새 깊어진 가을을 실감하게 하는 맛이 아름답다.
톡 하고 터지는 맛 알갱이, 아라리 북촌
북촌 언덕길에 오르면 높은 곳에서 서울을 눈에 담는 동시에 전통 한옥들이 이웃해 있는 오래된 풍경 속으로 들어가보는 즐거움이 있다. 그 길에서 마주치게 되는 수경재는 광주요의 도자기, 가온소사이어티의 음식, 화요의 술이 하나의 철학으로 이어지는 공간으로 한식 디저트 브랜드 ‘아라리’가 함께 자리해 있다. 아라리는 작은 일에도 기쁨을 느끼는 마음을 뜻하는 순우리말에서 따온 이름으로 전통 디저트인 떡이나 경단을 떠올리게 하는 동그란 ‘란’을 활용한 음료와 빙과, 과자를 선보인다. 분자 요리법을 사용해 만든 란은 한 알이 마치 그릇처럼 맛과 향을 담고 있다. 입안에 넣고 깨물면 얇은 막이 터지며 신선한 과즙이 흘러나온다. 알알이 정성을 들여 만든 홍시, 말차, 산딸기 맛의 란을 곁들이는 것만으로도 홍시 수정과나 아이스크림의 맛이 한층 특별해진다. 팥과 슈크림이 들어간 ‘서울 모나카’, 약과의 켜를 살린 ‘약과 초콜릿’, 앙금 대신 부드러운 소를 채운 ‘테린느 찹쌀떡’도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토종 쌀의 매력 속으로, 미무
예로부터 쌀은 자연과 사람을 잇는 매개체이자 우리 식문화의 중심에 있어왔다. 어느덧 미식의 영역으로까지 확장 중인 쌀의 다채로운 모습이 궁금하다면 청담동에 있는 쌀 베이커리 카페 ‘미무’에 방문해보자. 토종 쌀 수백 가지를 복원하고 친환경 농법으로 기른 우보농장의 쌀을 활용해 건강하고 고급스러운 풍미의 빵과 케이크, 구움과자를 선보인다. 대표 제품인 ‘미무샌드’는 쿠키를 만들기 알맞은 토종 쌀 품종을 선별해 고운 가루를 내어 쿠키를 굽고, 그 사이에 부드러운 가나슈를 채운 디저트다. 다크 초콜릿, 인삼, 대추의 세 가지 맛으로 발로나 커버처 초콜릿을 비롯한 6년근 인삼, 명인이 만든 조청, 국내산 별초 대추 등 좋은 재료가 어우러져 최상의 맛을 낸다. 쌉싸래한 다크 초콜릿샌드에는 계절마다 다른 식용 꽃잎을 올려 아름다움을 더하고, 은은한 단맛이 매력적인 대추샌드에는 대추 칩이 콕콕 박혀 맛을 끌어올린다. 인삼샌드의 강렬한 패턴은 6년근 인삼의 강인한 에너지를 표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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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주혜
Photographer 박나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