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st Vivid Moments

 

40대 중반에 접어들어 더욱 다채로운 자신을 마주하게 된 정시아. 지금 이 찬란한 순간의 기록.

 

구조적인 셰이프의 재킷 MMAM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최근 예능 프로그램 <대놓고 두집살림>을 재미있게 봤어요. 녹화 당일, 아이들을 케어하느라 남편보다 늦게 촬영에 합류한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저는 원래 루틴을 철저히 지켜야 안심하는 스타일이에요. 오늘도 아침에 아이들 학교 보내고 왔어요. 아들 준우는 남편이, 딸 서우는 제가 담당하고 있죠.

 

2016년 종영한 <오! 마이 베이비> 이후 부부 동반 예능은 오랜만인데, 어떤 계기로 출연을 결심했는지 궁금해요. 

사실 그동안 부부 예능 프로그램의 섭외 요청이 많았어요. 본의 아니게 거절해온 이유는 남편이 예능을 어려워하는 성격인 데다 대중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제 욕심 때문이었죠. 그런데 <대놓고 두집살림>의 제작진과 사전 미팅을 하면서 밝고 재미있는 우리만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와 남편의 성격이 정말 극과 극처럼 보이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비슷한 부분이 많거든요. 제작진이 그런 포인트를 잘 잡아준 것 같아요.

 

프린지 디테일이 돋보이는 셋업 H&M

 

남편의 가정적이고 듬직한 모습이 많이 부각된 것 같아요.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예요. 저만 알고 있던 남편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었달까. 인간 백도빈, 그리고 남편과 아빠, 배우까지 모든 역할에 있어 장점이 정말 많거든요.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은 사람이 알게 된 것 같아서 저는 너무 감사하죠.

 

모니터를 통해 제3자의 시각으로 바라본 부부의 모습이 새로웠을 것 같아요. 

처음 홍현희, 제이쓴 부부와 함께 한 촬영분을 봤을 때는 아내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사실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선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남편을 너무 당연한 존재로 여기지는 않았나 점검하게 되더라고요. ‘내가 귀찮으면 남편도 귀찮겠지’ ‘남편을 위해서 이 정도는 할 수 있지’라고 생각하게 된 계기였달까. 장동민, 야노 시호와 함께 한 두 번째 촬영은 인간 정시아를 다시 돌아보게 했어요. 누구나 그렇지만 저 역시 부족한 부분이 정말 많거든요. 아이들이 크고 나니까 스스로를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져요. 그동안은 아이들을 돌보는 일에 집중했다면, 40대 중반에 접어든 지금은 제 자신에게 집중하고 싶어졌어요. 제가 행복해야 가족 모두가 행복해지는 거잖아요.


브라운 슈트 셋업 FAYEWOO 이어링 POLENE
메리제인 펌프스 HEREU

 

특히 홍현희, 제이쓴과의 케미가 돋보였어요. 촬영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쉬는 시간에도 수다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어요. 아이를 먼저 키운 저희 부부가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도 많았고요. 이를테면, 아이를 방송에 노출하는 고민 같은 거요. 아이들이 자라면서 생각이 많이 달라지거든요. 홍현희와 제이쓴은 정말 친구같이 재미있게 살고 있더라고요. 저희 부부를 아빠와 딸 같다고들 해요.(웃음) 사람 사는 방식이 다 제각각이잖아요. 어떤 부분에서는 제가 더 어른스러울 때가 분명 있거든요. 서로의 부족한 모습을 보완하며 같은 목표를 향해 걸어가는 게 부부가 아니겠어요? 17년간 함께 살며 문득 뒤돌아봤을 때 저와 같은 모습으로 서 있는 사람은 남편밖에 없더라고요.

 

골드 버튼 포인트 맥시 코트 BIG PARK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촬영 후 부부 사이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엄청 큰 변화가 있었죠. 남편부터 아이들까지 휴대폰에 저장된 이름을 모두 바꿨거든요.(웃음) 남편은 원래 ‘신랑’이었다가 지금은 ‘백도빈’으로, 아이들도 각각 ‘사랑하는 아들, 딸’에서 ‘백준우, 백서우’로 바꿨어요.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겠다는 다짐이죠. 앞서 말했듯 남편을 너무 당연한 존재로 여기지 않기 위해 그렇게 바꾼 거예요. 그리고 아이들을 하나의 독립적인 인간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언젠가 제 품을 떠날 때 무척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자식이라고 늘 마음대로 되지는 않잖아요.

 

슬리브리스 톱 MMAM

 

아이들의 근황도 궁금해요. 아들 준우는 농구 선수로 활약 중이고 딸 서우는 미술을 시작했다고요. 

어쩌다 보니 둘 다 예체능의 길을 걷고 있네요. 준우는 체육교육학과를 전공한 아빠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수영부터 축구까지 여러 운동을 접했는데, 농구가 가장 재미있다고 하더라고요. 서우는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어요. 화가, 미술치료사, 애니메이션 작가 등 꿈이 많은 아이예요. 제가 곁에서 지켜보니, 두 분야 모두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아이들이 그 안에서 부딪히며 잘 배워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크롭트 퍼 재킷 ABSOLUT PARIS by COMETTI ITALY
튜브톱 드레스 MAX&CO.

 

아이가 직접 실패하고 좌절해야만 깨달을 수 있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때 어떤 조언을 해주는지 궁금해요. 

매 순간 점수로 증명해야 하는 준우에겐 ‘실수해도 괜찮으니 두려워하지 마라’고, 작품으로 보여줘야 하는 서우에겐 ‘누군가에겐 그 부분이 좋을 수도 있어’라고 얘기해주곤 하는데, 사실 다 저한테 하는 말인 것 같아요. 저도 예전에는 완벽하게 해내지 못할 바엔 아예 시도도 하지 않는 편이었거든요. 점점 실패하고 좌절하는 일이 많아지는 아이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주면서 도리어 저에게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서우가 수행평가 때 읽어야 할 책을 함께 읽곤 하는데, 얼마 전에는 헤르만 헤세 «크눌프»에서 꽃은 그 자리에 뿌리내려 피어 있을 뿐이고 씨앗을 옮겨 새로운 꽃을 피우게 하는 건 꽃이 아니라 바람이라는 구절을 봤어요. 그걸 읽고 나니 한층 자유로워지는 것 같았어요. 저는 최선을 다해서 촬영에 임할 뿐, 다음의 일은 각자의 몫으로 남기자란 생각이 들었어요. 시청자의 평가까지도 제 손을 떠난 일엔 마음을 쓰지 않기로 했죠.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일이 더 재미있어지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코트 DUNST 블랙 톱 SELF PORTRAIT
새틴 미디 스커트 RECTO 블랙 로퍼 펌프스 H&M
스타킹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최근 유튜브 채널 ‘정시아 아시정’을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네요. 

맞아요. 유튜브 채널 개설 고민만 8년을 했어요. 유튜브 제작사와 미팅을 하고 도저히 못하겠다고 한 것도 여러 번이거든요. 예전에는 사소한 피드백 하나에도 일희일비하고 많이 흔들리던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전보다 조금 성숙해지고 단단해진 것 같아요. 이제야 그 어떤 것에도 상처받지 않을 용기가 생겼달까. 그래서 시기가 늦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유튜브를 통해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나요? 

아무것도 생각 안 하고 그냥 하려고요.(웃음) 예전에는 예능 프로그램에서조차 모든 대본을 달달 외울 정도로 실수하면 안 된다는 강박이 심했거든요. 하지만 이제부터는 제 모습을 꾸미지 않고 진솔하게 담아볼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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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Editor 박진명

Fashion Editor 박유은

Photographer 주용균

STYLING 정지윤

HAIR 소피아(제니하우스)

MAKE-UP 이솔희(제니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