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없이 답을 찾아내는 워리어 이해민

 

올해 초 열린 국회청문회가 SNS에서 화제가 되었다. ‘팩트’에 기반한 전문적인 언어로 국민들의 속을 시원하게 풀어준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 덕분이다. 2024년 처음 정치에 발을 들인 초선 국회의원인 그의 이력도 덩달아 회자되었다. 구글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근무했던 IT 전문가에서 정치인으로, 새로운 도전을 당차게 해내고 있는 그는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어디에서 얻을까.

 



국회의원이 되기 전 구글에서 근무한 이력이 주목받았습니다. 어떻게 정치를 시작하게 되었나요?

구글에서는 2022년 8월까지 근무했고, 이후 정치권에 들어오기 직전까지 스타트업의 제품최고책임자로 일했어요. 정치를 시작하기 전 제 고민은 ‘어떻게 하면 기술이 사람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을까’였어요. 제가 미국에서 한창 일에 몰두하던 2024년, 한국에선 R&D 예산 삭감 사태가 일어났어요. 무척 안타까웠죠. 단순한 재정 조정이 아니라 나라의 미래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일이니까요. 그때 조국 대표님에게 제안을 받았어요. 화상으로 처음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바로 결정했죠. 일주일 만에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왔어요.

 

굉장히 빠른 결정이었네요. 무엇이 마음을 움직였나요?

과학기술 영역은 과학기술인이 직접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당의 강령이었어요. 이를 실현할 사람을 찾아 제게 제안을 한 거였고요. 저도 별다른 계산은 하지 않았어요. 기업에서 일하는 동안 기술로 세상을 조금 더 낫게 만들고자 했고, 이 목표에 제도와 정책을 통해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내가 서 있어야 할 자리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이 제 안에 남았고, 그때 내린 답은 국회였어요.

 

완전히 다른 분야에 도전한다는 두려움은 없었나요?

기업과 정치가 다른 분야처럼 보이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기업에서는 사용자와 시장, 기술과 자원을 조율해 제품을 완성한다면, 정치에서는 국민의 삶과 다양한 이해관계, 제도와 예산을 조율해 정책을 만들죠. 결국 둘 다 문제를 정의하고 이해관계를 조율해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일이에요. 그렇기에 두려움이 없었죠. 이 선택은 다른 세계로 도전하는 것이라기보단 삶의 연장선 안에 있던 셈이에요.

 

그럼에도 변화가 있었을 것 같아요.

전에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미국에서 활동했다면, 지금은 전국을 대상으로 한국에서 일하고 있어요. 도메인이 달라짐 셈이죠. 미국에서 일할 땐 온종일 지구본을 머릿속으로 돌리며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체크해야 했다면, 지금은 하나의 시간대만 생각하면 되어 좋습니다.(웃음)



기업에서 일할 때 동료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불렸나요?

구글에서 재직할 당시 동료들이 제게 ‘워리어(Warrior)’라는 별칭을 붙여줬어요. 어려운 프로젝트를 맡아도 끝까지 파고들어 결국 결과를 만든다는 이유로요. 물론 모든 도전에 두려움이 없을 순 없겠죠. 그럼에도 민주화 운동 세대를 보며 배운 건, 해야 할 일이라면 두려움을 이유로 멈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어요. 할 일에 대한 책임감으로, 여전히 워리어의 마음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으로 살고 있어요.

 

IT 전문가였던 경력이 지금의 일을 할 때도 도움이 되나요?

앞서 말했듯 문제를 파악하고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해 실제 결과물로 만드는 과정은 익숙해요. 그 덕에 지금까지 70건 정도의 법안을 발의했어요. 그중 제 경험이 크게 작용한 건 AI 기본법이에요. 2024년 11월 발의해 올해 1월 22일부터 시행되었죠. 지금은 AI가 산업구조와 노동, 교육, 안보까지 바꾸는 시대예요. 그렇지만 법과 제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죠. 그래서 최소한의 기준을 세워 혁신 기술이 안전하게 작동하도록 하는 신호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IT 기술 분야에서 근무한 경험 덕분에 추상적인 구호에 머무는 법안이 아닌, 작동이 가능한 구조를 설계할 수 있었어요. 2025년에 이 법안으로 의정대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AI 기술이 우리 삶에 많은 변화를 주고 있어요. 하지만 기술 발전에는 명과 암이 모두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문제가 일자리일 거예요. 특히 우리나라는 로봇팔을 이미 도입한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 분야의 일자리 감소나 직무 재배치까지 우려되고 있죠. 그렇다고 AI 전환을 반대할 수 없고, 이 트렌드를 거스르기 쉽지 않을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일자리를 잃을 우려가 있는 사람들을 재교육해 신규 창출되는 AI 관리, 유지보수 등의 분야에 취업할 수 있도록 돕거나 일자리를 잃은 동안 기본적인 삶이 가능하도록 사회 안전망을 만들어야 해요. 그게 국가와 국회의 역할이라 생각하고요. 저 역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법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상적인 기술 발전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요?

입법부의 한 사람으로 저는 과학기술의 결과물을 온 국민이 향유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올해에는 관련 입법에 속도를 내려고 준비 중이에요. 그동안 SF영화에서 본 세계가 생각보다 가까이 와 있어요. 지금 우리는 유토피아로 가느냐, 디스토피아로 가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봐요. 그리고 그 방향은 우리의 선택에 의해 정해질 거예요. 그래서 저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행하는 투표가 정말 중요하다고 얘기하고 싶어요.

 

정치를 하다 보면 관심 분야의 폭도 넓어질 것 같아요. 요즘은 어떤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나요?

과학기술 외에는 아무래도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 그리고 모든 문제 해결의 열쇠인 교육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은 AI 기술이 발전하면 대체될 사람을 키워내는 모습이에요. 굉장히 호모지너스(Homogeneous, 동질의) 모습을 한 인간으로요. 그렇다고 AI 교과서를 도입하겠다는 건 아니에요. 나만의 특별함,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것 등 각자의 강점을 키워낼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야만 AI 시대에도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될 수 있고, 취업도 잘되겠죠.

 

지금 청년들은 하나의 일에 머물기보다 끊임없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야 살아남을 수 있어요. 그 안에서 부담을 많이 느끼기도 하고요. 도전이 쉽지 않은 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요?

도전을 하는 동안에 결정의 순간이 계속 찾아와요. 그럴 때마다 저는 스스로에게 물어요. ‘이것이 유일한 기회인지, 아니면 굉장히 좋은 기회인지(Only One Chance vs. The Best Chance)’요. 유일한 기회라면 반드시 잡아야 하고, 굉장히 좋은 기회라면 언젠가 다시 찾아오도록 만들 수 있겠죠. 정치권으로 옮기는 선택을 할 때도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했어요. 당시 정치 상황은 흘러가는 역사 속에서 다신 만들어질 수 없는 유일한 기회로 보였고요.

 


요즘은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일하는 여성으로서의 삶은 어려운 점이 많아요. 기업에서 일하던 시절 어떤 점이 힘들었나요?

IT 업계는 상당히 오랜 기간 여성이 소수였어요. 지금은 상황이 많이 나아졌고, 그건 당시 업계에서 일한 모든 사람의 노력 덕분이에요. 지금의 속도로 세상이 변화한다면 언젠가 여성 엔지니어란 말 자체가 사라지는 날도 오겠죠. 그런가 하면 업계와 상관없이 워킹맘으로서 겪는 어려움들이 있어요. 저 또한 두 아이를 키우면서 일을 하기 위해 집을 비우는 엄마가 죄인이 되는 사회적 편견을 겪어왔어요. 그래서 에너지의 절반은 가족에, 나머지는 직장에 나누어 쏟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살았고, 남편 역시 같은 노력을 해주었어요. 덕분에 우리 가족은 100%를 채웠고, 그렇게 뭉친 가족이 가정 밖에서 겪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힘이 되었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그래서 저는 가족이 중심이 되는 사회를 꿈꿉니다. 가족의 형태는 1인 가구부터 굉장히 다양하겠죠. 그 가족이라는 단위가 행복할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고 믿어요.

 

좋은 영향을 준 여성이 있나요?

성별을 떠나 만나는 모든 사람이 제게 영감을 주어요. «논어»에 ‘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라는 구절이 있어요.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나의 스승이 될 만한 사람이 있다는 뜻이죠. 그 말을 매우 좋아해요. 그렇기에 어떤 문제를 만났을 때 최대한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노력해요. 같은 문제라도 업계에 있는 사람과 학계에 있는 사람의 시각이 다르고, 특히 현장에서 직접 겪는 이용자의 이야기는 전혀 다를 수 있기 때문이죠. 여러 관점을 입체적으로 보면 답을 찾을 수 있어요. 저는 그 조각들을 모아 가장 합리적인 방향을 찾는 것이 제 역할이라 생각해요.

 

정치권에 들어오면서 더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 같은데, 지치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하나요?

저는 잠을 자면 스트레스가 모두 사라지는 편인데, 안타깝게도 잘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에요. 그래서 이동 중 깊이 잠드는 스킬을 연마했어요.(웃음) 토요일 오전에는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앞으로 10년 뒤 이해민이란 사람이 어떻게 기억되면 좋겠나요?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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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유승현, 김희성, 오한별, 권아름

Photographer 김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