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에 찍힌 월급 180만 원, 이렇게 평생 살고 싶지 않았다
때로는 절약이 당장의 삶을 초라하게 만들지 않을까 걱정하지만, 생각보다 그렇지 않다. 연봉 2400만 원으로 2년 반 만에 1억 원을 모은 김알밥 작가는 무리한 재테크 대신 지속 가능한 절약으로 경제적 자유에 다가가는 법을 증명해 보였다.
작가 김알밥고졸 직장인으로 월급 200만 원에 갇힌 미래가 숨 막혔던 김알밥(박민지) 작가. 그는 자산 ‘0원’에서 시작해 2년 반 만에 1억 원을 모으는 길을 택했다. 분명한 목표와 눈에 보이는 성취가 조금씩 쌓이는 데도 불구하고 음료수조차 마음대로 마시지 못해 번아웃을 겪고, 전세금 문제로 속을 끓이던 시간은 결코 즐겁지만은 않았다. 그는 재테크를 ‘빙산’에 비유한다. 겉으로 드러난 자산보다 그 아래 잠긴 자괴감과 인내의 시간이 더 거대하기 때문이다. 김알밥은 저서 «26살에 1억을 모았습니다»에서 말한다. 월급이 적어도, 재테크를 몰라도 나만의 소신이 있다면 길은 열린다고.
사회초년생이 연봉 2400만 원으로 2년 반 만에 1억 원을 모았다는 점이 정말 인상적이에요. 처음 돈을 모으기로 결심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서비스직 일을 하다가 허리를 크게 다쳐서 일을 못 하게 된 적이 있어요. 돈은 계속 필요하니까 앉아서 하는 사무직으로 취업을 했죠. 그런데 사무직이 저랑 너무 안 맞는 거예요. 그 생활을 적어도 10년은 더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정말 끔찍했어요. ‘어떻게 해야 그만둘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결국 걸림돌은 돈이었어요. 지금 당장은 힘들어도 돈만 충분히 모아두면 다시는 취업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더라고요. 그때부터 이 굴레를 완전히 벗어나겠다는 생각 하나로 시작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독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시절이었죠.(웃음)
돈을 모으는 데 실제로 가장 효과가 컸던 생활 습관은 무엇이었나요?
돈을 모으기로 마음먹은 뒤로는 나 자신에게 주는 용돈부터 철저히 통제했어요. 처음엔 한 달에 10만 원, 나중엔 5만 원까지 줄였죠. 당시에는 부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정해진 월급 안에서 최대한 모으려면 결국 나한테 쓰는 돈을 아끼는 수밖에 없더라고요. 가장 큰 원칙은 ‘수익이 늘어도 생활비는 늘리지 않는다’는 것이었어요. 예를 들어 생활비 기준이 한 달에 50만 원이라면, 돈을 훨씬 많이 벌 때도 딱 그만큼만 썼어요. 초과분은 생각도 안 하고 무조건 저축으로 돌렸고요. 수익이 좋을 때도 예전과 똑같이 사니까, 나중에 소득이 좀 줄더라도 돈이 계속 모이더라고요.
절약은 결국 자신의 욕망과 일상을 통제해야 하는 일이잖아요. 그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처음 돈을 모으기 시작했을 때는 정말 재밌었어요. 통장 잔고를 볼 때마다 ‘앞자리를 빨리 100단위로 바꿔야지’ 같은 생각만 들었거든요. 그런데 이걸 1년 정도 하니까 나 자신한테 점점 각박해지더라고요. 한번은 밖을 걷는데 너무 더운 거예요. 그런데 음료수 한 병 사 먹는 돈이 아까워서 ‘참았다가 집에 가서 마시자’ 하고 그냥 걸어갔어요. 이런 일이 반복되니까 ‘난 왜 이렇게까지 살고 있나’ 하는 생각에 소위 ‘현타’가 세게 오더라고요. 두세 달 정도 그런 우울감이 지속됐던 것 같아요. 그런데 웃픈 건, 작정하고 돈을 좀 써보려고 해도 기껏해야 배달 음식 하나 시켜 먹을 뿐 펑펑 써지지 않는 거예요. ‘그래도 돈은 모아야지’ 싶은 생각이 마음 밑바닥에 깔려 있었던 거죠. 결국 처음의 마음과 다짐을 떠올리면서 번아웃에서 잠시 벗어나고, 또 우울감이 오면 다시 초심을 생각하는 일을 반복했어요. 특별히 극복을 했다기보다 그냥 그 우울감을 온몸으로 견디면서 다시 일어났던 것 같아요.
소비할 때 꼭 지키는 원칙이나 체크리스트가 있나요?
제 생활이 게임 속 ‘인벤토리 창’ 같다고 생각해요. 인벤토리는 칸이 딱 정해져 있잖아요. 아무리 좋은 아이템을 더 넣고 싶어도 칸이 없으면 넣지 못하듯, ‘내 맥스는 딱 8벌’이라고 정해두는 거예요. 새 옷을 사고 싶을 때 가지고 있는 옷 하나를 버려야만 채울 수 있는 식이죠. 예전에는 맥시멀리스트였지만, 어느 순간 ‘똑같은 옷만 입는데 옷이 왜 이렇게 많나’ 싶더라고요. 비우는 것도 하나의 취향이라 생각하니 오히려 쉬웠어요. 지금은 외부 활동이나 경조사용 옷을 딱 정해놓고 입는데, 고민할 필요도 없고 훨씬 편해요.
요즘은 저렴한 물건을 여러 개 사기보다 비싸더라도 좋은 것을 사서 오래 쓰는 게 합리적이라는 인식도 있습니다. 본인은 어떤 소비 스타일에 더 가까운가요?
옷을 기준으로 보면, 일단 가지고 있는 옷들을 최대한 오래 입자는 쪽이에요. 혹시 기본 아이템이 필요하면 다이소 같은 곳을 애용해요. 상대적으로 저렴한 스파 브랜드와 비교해도 훨씬 경제적이더라고요. 요즘 한 장에 몇만 원씩 하는 티셔츠 같은 걸 보면 ‘굳이 이 정도까지 주고 사야 하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비싼 옷을 하나 사서 오래 입기보다 아예 안 사거나 정말 필요한 것만 저렴하게 사서 쓰는 스타일이죠.
저소비 생활을 지속하려면 흔들리지 않는 멘탈이 중요할 텐데, 소비 충동은 어떻게 관리하나요?
예전에는 아이쇼핑을 엄청 좋아했어요. 이제는 ‘어차피 안 살 텐데 왜 보나’ 싶어서 쇼핑 플랫폼이나 매장에 아예 안 들어가요. 정말 필요한 게 생기면 그것만 사고 나와요. 없으면 그냥 안 사고요. 습관이 들어서 처음만큼 힘들지도 않고요.
현재 블로그, 인스타툰, 유튜브, 단기 임대 숙소 운영 등 N잡을 하고 있어요. 그중 예상보다 수익 효율이 높거나 가장 가능성을 크게 느낀 분야는 무엇인가요?
인스타툰이 들이는 시간 대비 수익이 제일 나아요. 유튜브나 블로그는 할 게 너무 많은데, 인스타툰은 그냥 그리면 되니까요. 최근에 오픈한 단기 임대 숙소는 고정 수익이 들어오고요. 예전에 에어비앤비 청소 알바를 해봤는데, 원래 청소 같은 걸 좋아해서 성향에도 잘 맞았거든요. 단기 숙소를 무조건 오픈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강의를 들으며 그대로 따라 했죠. 지금 건대 쪽에서 운영 중인데, 1월에 오픈해서 지금까지 예약이 다 차 있어요. 해보니까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치열한 N잡과 절약으로 목표한 자산을 형성한 뒤 세상을 보는 관점이나 돈을 대하는 감각에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단순히 돈이 모인 것 자체보다는, 돈 공부를 얼마나 했는지 혹은 수익 구조를 얼마나 유지해 왔는지에 따라 인식이나 관점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저는 특히 재테크 책들을 읽으면서 생각이 정말 많이 바뀌었어요. 그전까지는 무조건 저축만 했거든요. 그런데 재테크 책을 보니까 하나같이 저축만 해서는 부자가 될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돈을 저축해서 다음 단계로 어떻게 넘어가야 할지 로드맵을 그리는 데 큰 도움을 받았어요. 공부하기 전까지는 그냥 막연하게 ‘돈을 모으다 보면 뭐든 되겠지’라고만 생각했거든요.

과거에는 절약을 단순히 참고 아끼는 것으로 인식했다면, 이제는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은 듯해요. 이러한 변화의 배경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이제는 ‘절약이 곧 정보력’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크리에이터 활동을 시작할 때만 해도 ‘20대라면 여행도 가고 꾸미는 데 돈을 써야지, 그렇게 아끼면 나이 먹어서 후회한다’며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남들 제값 다 내고 하는 걸 저는 공짜로 하거나 싸게 이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너 그거 어디서 알았어?” 하고 물어보더라고요.
‘짠테크’ 콘텐츠가 대중에게 공감을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 각자의 현실 앞에 문제가 닥쳤으니까 그렇겠죠.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월급은 항상 똑같으니까 ‘돈을 더 아껴야겠다’ ‘도시락을 싸 가야겠다’ 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 같아요.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주변에 도시락 먹는 사람이 별로 없었거든요.
최근 소비 트렌드 중에서 인상 깊은 흐름이나 눈길이 가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사람들이 자극을 덜 추구하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모여서 술도 막 마시곤 했는데, 요즘은 회식도 잘 안 하잖아요. 건강도 많이 신경 쓰는 것 같고요. 개인주의적 성향이 점점 뚜렷해지는 것과 절약이 연관성이 있지 않을까도 싶어요. 아무래도 밖에 나가서 여럿이 어울리다 보면 지출이 생길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래서인지 유튜브도 혼자서 힐링하는 콘텐츠가 엄청 많아졌더라고요.
경제적 자유에 도달하고 나서 최종적으로 이루고 싶은 삶의 모습이나 목표는 무엇인가요?
목표는 명확해요. 제 명의로 된 집이랑 차, 그리고 일을 안 해도 충당되는 생활비.(웃음) 사실 집이나 차는 돈이 있으면 살 수 있잖아요. 그런데 내가 일을 안 해도 계속 나오는 소득 구조를 만드는 일은 정말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몇 년째 이것저것 도전하며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그 끝에서 제가 바라는 건 사실 거하지 않아요. 일자리가 없어도 걱정할 필요 없고, 밥 안 굶고, 잘 곳이 있고, 춥거나 덥지 않게 잘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아요.
여전히 재테크가 어려운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일단 직장이 있다면 계속 다니세요!(웃음) 고정 수익이 있는 상태에서 취미로 조금씩 부수익을 만들 수 있는 것들을 해보고 ‘괜찮겠다’ 싶을 때 도전하는 걸 추천해요. 요즘은 갑자기 시작했다가 망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리고 돈을 조급하게 많이 벌려고 하는 사람 중에 잘되는 경우는 별로 못 본 것 같아요. 조금 힘들더라도 휘둘리지 말고, 소신대로 천천히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절약 #김알밥 #물가 #인터뷰 #주부생활 #주부생활매거진
Editor 오한별
Photographer 박나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