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Dolly

웃음과 귀여움에 가려 미처 알아채지 못한 홍현희의 깊고 넓은 세계





실물이 이렇게나 귀여운 줄 몰랐어요. ‘집’을 콘셉트로 한 이번 화보와 무척이나 어울리더군요.
결혼하고 아이 낳기 전까지는 파격적인 화보도 자주 찍었는데, 귀여운 모습으로 촬영을 하니 색다르더라고요. 독자들이 보자마자 ‘홍현희에게 이런 면이 있었나’ 싶은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어요.



코미디언이라는 타이틀 하나로 규정하기엔 활동 스펙트럼이 워낙 넓어요. ‘홍쓴TV’ ‘유부녀회’ ‘무(無)속인’까지 유튜브 알고리즘을 점령했어요. 스스로를 어떻게 소개하고 싶은가요?
방송에서는 제 안의 많은 부분을 보여주기 어려웠어요. <아내의 맛>에서는 며느리로서의 엉뚱하고 웃긴 모습,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는 매니저와 케미스트리를 보여줬죠. 근데 뉴미디어 시장이 열리면서 제 진지한 면이나 가족의 깊은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공간이 생겼죠. 저는 변하지 않았는데 시대가 저를 다각도로 봐주기 시작한 것 같아요.


TV에서 못 해본 것들을 유튜브에서 하게 된 셈이네요.
원래 토크쇼를 엄청 해보고 싶었지만 TV에서는 기회가 없었어요. 그러다 유튜브에서 ‘네고왕’ ‘네고향’처럼 콘텐츠 커머스를 하게 되었죠. 제게 잘 맞는 제안이 이어지니까 활기차요.



미디어 시장에 새로운 지평이 열리는 것과 함께 결혼, 출산, 육아를 이어왔어요. ‘물 들어올 때 노를 젓는다’지만 인생의 새로운 챕터 앞에서 일과 가정 모두를 챙기기 쉽지 않잖아요.
그럼요. 그럼에도 저는 운이 좋았어요. 결혼 후 활동의 스펙트럼이 확장했거든요.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보니 엄마이자 딸, 며느리로서 관심 영역이 자꾸 넓어지는 거예요. 좀 더 생활에 밀접한 생각, 멘트를 할 수 있게 되었죠. 그리고 무엇보다 이쓴 씨랑 준범이라는 든든한 축이 있으니까 뭘 해도 돌아갈 곳이 있다는 안정감이 저답게 활동하게 해줘요.


그런 현실감 덕분일까요. 현희 님 콘텐츠 커머스에서 소개한 몇몇 상품을 저도 구입해 잘 사용했어요. 그 분야에 남다른 재능이 있는 듯해요.
우선은 회사 대표님들에게 쫄지 않는 것이 제 장점인 것 같아요.(웃음) 초면인 사람에게 거침없이 다가가 이야기하는 재주가 있거든요. 함께 촬영하는 직원들도 대표님에게 못 하는 말을 제가 하니 너무 통쾌해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진심으로 일에 임해요. 시청자를 위해 100원이라도 더 깎으려는 마음은 진짜거든요. 제게 커머스 DNA가 있는 것 같아요. 개그맨 안 됐으면 장사를 해도 됐겠다 싶을 만큼요. 한 번은 촬영에 함께한 임원분이 “영어나 중국어를 잘했으면 외국 바이어한테도 통했을 것”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고요.



최근 시작한 웹 예능 ‘무(無)속인’에는 후배 코미디언 김진주, 김정현과 함께해요. 프로그램을 론칭하며 후배들까지 챙기기 쉽지 않은데 말이죠.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더 좋은 방송, 구성을 만들려면 혼자보다 함께 하는 게 좋아요. 실력 있지만 대중에게 덜 알려진 후배들에게는 훗날 씨앗이 될 수도 있고요. 준범이를 낳고 생긴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사람들을 ‘누군가의 귀한 자식’이라는 마음으로 바라본다는 거예요. 그게 후배들한테도 연결되더라고요. 아주 솔직히 예전엔 저보다 활발히 활동하는 사람을 시샘한 적도 있죠. 지금은 모두가 잘되면 좋겠다는 마음이 더 커요.



가족이 단단한 뿌리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특히 남편 제이쓴 씨가 중심을 잡아주더군요.
완전히요. 일본에 “배우자가 제2의 부모이자 카운슬러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있더라고요. 제가 딱 그 케이스예요. 부모님이 굉장히 무뚝뚝한 편이셨는데, 남편은 반대로 감정 표현을 참 잘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저도 자연스럽게 제 감정을 되돌아보는 순간이 많아졌어요. 제 표정이 어두우면 “왜 표정이 안 좋아? 어떤 기분이야?”라고 따뜻하게 말을 건네주니까 어느 순간 제 얼굴이 많이 달라지더라고요. 이전까지는 짜증으로 일관했던 감정을 서운함이나 슬픔 등으로 세분화해 그 감정의 원인을 생각해볼 수 있게 된 거죠. 또 아이를 낳으면서 제 자신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어요. 예를 들면 얼마 전에 남편, 준범이와 여행을 갔는데 너무 짜증이 나는 거예요. 이유를 생각해보니, 여행을 가면 온전히 아이에게 맞춰서 움직이다 보니까 ‘제 취향의 것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서러웠던 거죠. 그걸 아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했어요. 아이를 키우며 비로소 어른이 되는 것 같아요.


그만큼 가족에게 받는 에너지가 크죠. 하루 중 언제 가장 행복한가요?
밤에 셋이 침대에 누워 두런두런 얘기하는 시간이요. 등 하나만 켜놓고 ‘오늘 어땠어?’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편안함이 정말 좋아요. 어린 시절엔 누려보지 못한 것들이에요. 저희 집은 각자 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따로따로 식사하며 TV를 보곤 했거든요. 오은영 박사님이 “가정이란 일상을 공유하고 정서를 나누는 것”이라고 말했을 때 너무 와닿았어요. 언젠가 준범이가 크면 각자의 시간을 보내게 되겠지만, 영원하길 바랄 만큼 지금이 너무 소중해요. 또 한 가지를 꼽는다면 일 끝나고 집에 왔을 때 준범이가 현관으로 달려와 안아주는 순간 말도 못하게 행복해요. 아이가 팔로 목을 감싸면 온몸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아요. 힘든 촬영이 있던 날도 모든 게 사르르 녹죠. 동시에 어린 시절, 퇴근하고 돌아온 아버지를 그렇게 맞이하지 못했던 게 새삼 죄송해서 눈물이 나요. 아버지가 하늘나라로 떠나셔서 이제는 안아드리고 싶어도 그럴 수 없거든요.



바쁜 활동 중에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가족이 있다는 게 새삼 큰 힘 같아요. 동시에 자기 관리에도 열심이죠.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이전까지 루틴 없이 수면, 식사 시간 모두 들쭉날쭉했죠. 그럼 몸이 주인을 믿지 못해 더 비축하려고 한대요. 이제는 16시간 공복도 주기적으로 실천하며 규칙적으로 식사하려고 해요. 솥밥을 비롯해 음식도 직접 요리해서 먹고요. 식사 후에는 절대 눕지 않고 산책을 하거나 집 안 정리를 하는 등 몸을 움직이죠. 또 최근엔 여름을 맞아서 야채 클렌즈도 하고 있어요.


일과 가정, 개인이 모두 균형을 이룬 현희 님의 삶에도 고민이 있을까요?
‘홍현희’라는 사람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돼요. 저는 음식 경험도 폭넓지 않고 뾰족한 취향이나 취미도 없어요. “그렇기에 모든 것에 도전할 수 있는 거 아니냐”는 말에 위로를 받기도 하지만요. 요즘 준범이에게 나라별 자동차가 실린 책을 읽어주며 세계 각국의 문화를 같이 공부하고 있어요. 아이와 함께 성장하고 있어요.(웃음)



10년 후에는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겠어요?
준범이와 세계여행을 다니는 모습을 상상해요. 지금처럼 아이와 같이 배우고 경험하는 게 제 10년 계획이에요. 올해 안에 하와이부터 가고 싶어요. 2년 전에 촬영차 송은이 선배님과 하와이에 가서 준범이 이름으로 심은 나무가 얼마나 자랐는지 너무 궁금하거든요. 이전까지 갈까, 말까 주저했는데, 오늘 인터뷰를 하면서 결심이 섰어요. 이번엔 진짜 실행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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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Editor 박유은

Feature Editor 유승현

Photographer 장기평

STYLING 이진혁

HAIR 이수비(러비)

MAKE-UP 김나현(러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