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은 나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일 


우리는 타인과의 비교, 인정, 성과를 통해 자신의 존재 이유를 확인하려 하고, 그 과정에서 몸이 보내는 신호를 놓치곤 한다. 현대인의 피로와 번아웃은 어쩌면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웰니스 기획자 변신혜는 숨과 움직임을 통해 잃어버린 감각을 되찾고, 자신에게 다시 돌아가는 방법을 제안한다.



플레이바이숨 스튜디오&숨, 웰니스 변신혜 대표 

 


어릴 때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몸을 움직이며 뛰어놀았는데, 어른이 된 지금은 사소한 움직임조차 귀찮다. 운동도 살기 위해 겨우 한다. 신나게 춤을 춘 것은 전생의 일 같다. ‘플레이바이숨스튜디오’‘숨, 웰니스’를 이끄는 변신혜 대표는 숨과 움직임을 통해 몸과 마음의 회복을 돕는 웰니스 기획자다. 사람들이 잃어버린 움직임의 즐거움을 되찾고 그 즐거움이 마음과 삶의 변화로 이어지도록 돕는다. 그는 회복이란 무언가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삶을 움직일 힘이 이미 내 안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기억해내는 과정이라고 이야기한다.  




절실하게 삶의 감각을 회복하는 경험을 통해 몸과 마음, 삶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느꼈군요?
몸의 문제는 몸으로, 마음의 문제는 마음으로 해결하려고 하지만 실제 삶은 그렇게 나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스트레스는 몸에 쌓이고, 몸의 통증은 다시 마음을 흔들죠. 저 역시 몸이 무너지자 마음이 흔들렸고, 결국 일상 전체가 영향을 받았어요. 그 경험을 통해 신체와 마음, 삶이 하나로 연결되었다는 사실을 배웠어요. 그래서 회복 역시 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고요. 움직임을 통해 몸을 깨우고, 호흡을 통해 자신과 연결되고, 명상과 보이스워크, 아로마테라피를 통해 마음의 감각을 회복하는 과정들이 어느 순간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져 홀리스틱 웰니스 프로그램의 형태가 만들어졌어요.


몸을 움직이는 일이 단순한 운동을 넘어 삶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믿게 된 특별한 경험이 있나요?

무용을 하던 시절 저는 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았어요. 더 잘해야 하고, 더 아름다워야 한다는 기준 속에서 무대 아래에서조차도 끊임없이 자신을 평가했죠. 그러다 어느 순간 몸이 저를 멈춰 세웠어요. 몸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게 되자 평범하게 움직이는 일조차 간절해졌어요. 잘 추는 춤도, 멋진 동작도 아무 의미가 없었죠. 어느 날 음악을 틀어놓고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몸을 움직여봤는데, 그 순간 오래 잊고 있던 ‘살아 있다’는 감각을 경험했어요. 그때 알게 되었죠. 움직임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삶의 감각을 회복하는 일이라는 것을요. 그 과정에서 몸과 마음이 얼마나 깊게 연결돼 있는지 절실히 깨달았어요. 그러면서 회복을 바라보는 시선도 완전히 달라졌고요. 예전에는 회복을 무언가를 잃은 뒤 되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무너지기 전에 매일 조금씩 자신에게 돌아가는 과정이라고 여겨요. 저에게 회복은 멈추지 않고 살아가는 삶의 방식에 가까워요. 그 경험은 제가 무브먼트, 호흡, 명상, 보이스워크, 아로마테라피 등을 통합한 홀리스틱 웰니스 프로그램을 만들게 된 출발점이기도 해요.


플레이바이숨의 특징도 바로 이러한 접근 방식에 있나요?

한마디로 자기 자신을 즐겁게 움직이게 하는 곳이에요. ‘숨 필라테스&발레’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플레이바이숨은 호흡과 움직임이라는 본질을 품고 있죠. 전문적인 움직임 교육을 바탕으로 하지만, 어렵고 복잡한 운동이 아니라 각자의 몸 안에서 편안함과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몸의 기능 회복이 필요한 사람부터 운동선수와 무용수, 건강한 취미를 찾는 사람들까지 목적은 다르지만 더 나은 움직임과 삶을 위해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오죠.


특히 ‘숨’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어요. 숨을 강조하는 이유가 있나요?

흩어진 시선을 다시 몸으로, 그리고 지금 이 순간으로 가져오는 것에서 비로소 회복이 시작되는데, 그 중심에 숨이 있어요. 모든 것은 숨에서 시작되니까요. 의식하지 않아도 저절로 숨은 쉬어지지만, 우리의 의지로 조절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자율신경 기능이기도 해요. 심장은 마음먹는다고 느리게 뛰게 할 수 없지만, 숨은 깊고 느리게 만들 수 있잖아요. 그래서 숨은 몸과 마음을 연결하는 가장 직접적인 통로가 되죠. 불안하거나 긴장될 때 천천히 숨을 내쉬면 몸이 먼저 안정되고, 마음은 그 변화를 따라오기 시작해요. 결국 숨과 움직임, 마음챙김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다시 돌아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죠.


오랜 시간 다양한 사람들의 회복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봤어요. 현대인들이 공통적으로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자기 존재의 가치를 바깥에서 확인하려고 한다는 점이에요. 내가 괜찮은 사람인지, 잘 살고 있는지를 타인의 인정이나 비교, 성과를 통해 증명받으려 하죠. 그러다 보니 시선이 늘 바깥을 향해 있어요. 흥미로운 건 이런 모습이 운동하는 시간에도 그대로 나타난다는 거예요. 나를 돌보기 위해 운동을 하면서도 거울 속 자신의 모습과 동작을 끊임없이 평가하죠. 가장 나다워야 할 순간까지 남의 시선을 통해 나를 바라보는 것은 자기 감각을 잃어버렸다는 의미예요. 피곤한 줄도, 긴장한 줄도, 슬픈 줄도 모른 채 하루를 살아가는 이유는 감각이 무뎌져서가 아니라 내 안에 머물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몸이 아무리 신호를 보내도 감지할 ‘내’가 그 자리에 없으니까요. 머릿속은 가득 차 있는데 몸 안은 텅 비어 있는 상태라고 할까요. 그래서 저는 현대인에게 부족한 것이 시간이나 휴식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바깥이 아닌 내 안에,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 머물 수 있는 힘이 비어 있는 것이죠.


최근 힐리언스 선마을 리트리트를 비롯해 치앙마이, 발리로 떠나는 다양한 웰니스 트립을 기획했죠. 리트리트 프로그램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장소는 다르지만 제가 만드는 모든 리트리트는 결국 한곳을 향해요. 더 빠르게 사는 법이 아니라 더 깊게 사는 법을 경험하는 것이죠. 힐리언스 선마을에서는 디지털 디톡스를 하며 자연 속에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몸과 마음을 쉬는 회복에 집중해요. 발리와 치앙마이에서는 낯선 풍경과 문화 속에서 자기 자신을 새롭게 만나는 경험을 만들고자 하고요. 낯선 환경은 새로운 시선을 열어주거든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장소보다 ‘안전한 마음’이에요. 사람의 마음은 안전하다고 느낄 때 열리니까요. 그래서 리트리트에서는 평가와 비교를 잠시 내려놓고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가장 많은 공을 들여요. 참가자들을 만나기 전까지는 프로그램 하나하나 최선을 다해 준비하지만, 여정이 시작되면 적극적으로 이끌기보다 곁에서 그저 지켜보려 하는 편이에요.


최근 리트리트는 ‘어디로 떠날까’에서 ‘무엇을 회복할 것인가’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어요. 이러한 흐름을 어떻게 바라보나요?

그 변화가 정말 반가워요. 여행지를 고르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만나러 떠나는 거죠. 다만 웰니스마저 소비하고 버리는 콘텐츠가 되는 것은 경계해요. 아름다운 사진만 남기고 삶은 그대로라면, 회복이라기보다 또 하나의 소비에 가까우니까요. 그래서 진짜 중요한 질문은 ‘돌아온 뒤 무엇이 달라졌는가’예요. 회복은 일상으로 돌아온 자리에서 완성되니까요.


리트리트 여행과 일상 속 휴식의 다른 지점은 무엇인가요?
휴식은 하던 일을 멈추는 거예요. 먼 곳으로 휴가를 다녀와도 마음 한구석이 텅 빌 때가 있어요. 멈추기만 했을 뿐 그동안 떠나 있던 나에게로는 끝내 돌아오지 못했기 때문이죠. 회복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떠나 있던 나에게로 돌아오는 일이에요. 리트리트에서는 낯선 장소와 자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잠시 익숙한 패턴에서 벗어나게 돼요. 그 과정에서 당연하게 여기던 삶을 돌아보고, 잊고 지냈던 자신의 감각과 욕구를 발견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익숙한 모든 것에서 한 걸음 벗어나 낯섦을 경험하는 일이 필요하다 생각해요. 생경한 곳에서 새로 태어난 사람처럼 모든 것을 처음인 듯 보고 받아들이다 보면 내가 몰랐던 나를 다시 만나게 되거든요.


회복의 경험을 일상으로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자세는 무엇일까요?
대단한 결심보다 작은 루틴이 필요해요. 5분의 호흡, 10분의 산책, 하루 한 번의 스트레칭처럼 사소해 보이는 습관들이죠. 삶을 바꾸는 건 큰 변화가 아니라 결국 매일 반복되는 작은 선택들이거든요. 회복은 한 번의 특별한 경험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반복해서 자신에게 돌아오는 과정이에요. 그래서 저는 리트리트 마지막 날마다 참가자들에게 이야기해요. 여기서 가져가야 할 것은 멋진 사진이 아니라, 집에 돌아가서도 이어갈 수 있는 작은 습관이라고요.


지금 지쳐 있거나 삶의 방향을 잃었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권하고 싶은 회복법은 무엇인가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세요. “만약 내가 내 아이라면 어떻게 대해주었을까?”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쉬어도 괜찮다고 말하고, 따뜻한 밥을 챙겨주고, 무리하지 말라고 걱정해주죠. 하지만 정작 자신에게는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회복은 거창한 일이 아니에요.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듯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죠. “만약 내가 내 아이라면 어떻게 대해주었을까?” 회복은 거창한 일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듯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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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희성

Photographer 김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