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을 고르는 마음과 포장을 고민하는 마음은 같은 듯 미묘하게 다르다. 상대에 대한 애정과 존중을 곱게 한 겹 덧입히는 느낌. 선물을 고를 때만큼이나 포장에 공을 들이면 주는 이도, 받는 이의 마음도 한껏 부푼다. 🎁🎈
우리가 선물을 받아들 때 행복한 이유는 그 안에 든 물건 때문만이 아니다. 선물을 고르며 상대를 떠올렸을 시간과 노력,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선물 포장을 위한 다채로운 아이템을 선보이는 가위는 선물을 하는 사람에게도, 받는 사람에게도 두 배의 여운을 선사한다.
interview
가위 이진현 디자이너
🎁 ‘The things that make us happy’라는 슬로건 아래 사랑하는 사람에게 소중한 선물을 하고 싶은 날 생각나는 브랜드를 꿈꾸는 ‘가위’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가위는 선물을 매개로 포장지, 봉투, 카드 등을 만들어 소개하고 있어요. 선물이라고 하면 특별한 날이 생각나잖아요. 선물이 필요할 때 우리가 가장 먼저 생각났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이름 지을까 고민하다 포장 도구 중 하나인 가위를 떠올렸어요. 흔하게 쓰이는 이름이긴 하지만 그래도 기억에 쉽게 남을 수 있겠다 싶었죠.
🎁 디자인 에이전시와 물류 회사에 소속된 디자이너로 오랜 기간 일하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영국에 머무르던 중 일상에서도 선물을 자주 주고받는 그들의 문화에 주목해 가위를 시작했다고요?
이전 회사에서 8년 정도 일하다 1년간 어학연수 겸 디자인을 공부하러 영국에 갔어요. 날씨 때문인지 좀 우울하더라고요. 그런데 카페를 가든 서점이나 미술관을 가든 어디에서나 카드, 엽서는 당연하고 선물 포장지도 다양하게 파는 거예요. 그런 것들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숍도 시내 곳곳에 있고요. 제가 아마 들떠 있었다면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을 텐데, 나와 반대되는 사소하지만 행복한 모습들이라 더 와닿았나 봐요. 왜 영국 사람들이 친절하다고 하잖아요. 그 친절이 사소한 것에서 묻어나는 것 같았어요. 덩달아 저도 친절해지고 마음이 따뜻하고 행복해졌어요.
🎁 포장지, 봉투, 카드, 리본 등 선물 포장을 위한 모든 것을 다루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다채로운 색과 기하학적 무늬가 돋보이는 패턴지가 인상적이에요.
개인적으로 바우하우스 디자인과 기하학적 패턴의 작업을 주로 하는 디자이너 아니 알버스를 좋아해요. 그래서 그 시절의 패턴들은 어떻게 쓰였는지, 지금까지 어떻게 변형되어 왔는지 자주 살펴봤어요. 또는 작업할 때 만약 내가 꽃 패턴의 옷을 입어야 한다면 어떤 컬러를 쓸지, 어떤 꽃 패턴이 촌스럽지 않고 오래 입을 수 있을지 상상해봐요. 그렇게 영감을 얻어 밑그림을 그리고 컴퓨터 그래픽으로 옮기죠. 초반에는 전부 그래픽으로 표현해 생산했더니 비슷해지는 단점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느낌을 낼 수 있는 표현 방법도 찾아보고, 외부 디자이너와도 의논해 시도해보고 있어요.
독특한 색감과 무늬가 돋보이는 패턴의 포장지를 중심으로 봉투와 카드, 리본, 태그 등 선물을 포장하는 아이템 일체를 갖춘 브랜드 가위.
🎁 디자인은 물론 종이 질감까지 신경 쓸 만큼 가위는 추구하는 느낌과 분위기가 명확한 것 같아요. 디자인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대개 규칙적인 흐름을 패턴이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단순히 반복적이기만 하지 않는 패턴을 추구해요. 큰 레이아웃이 반복되면 그 안에 있는 작은 것들에 변화를 주는 식이죠. 예를 들어 꽃 패턴에서는 안에 들어 있는 꽃의 종류와 방향을 바꿔요. 또 포장지가 어느 부분에서 접히거나 잘리느냐에 따라서도 느낌이 다르거든요. 그래서 포장지를 만들 때는 디자인 완성 후 출력해 실제로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물건을 직접 싸보며 어느 면에서 포장하든 예쁘게 나오게끔 사이즈나 위치를 추가로 조정해요.
🎁 브랜드 이름처럼 종이 가위, 재단 가위, 전지 가위 등 다양한 가위도 선보이고 있어요. 가위라는 도구에 남다른 의미가 있는 듯 보여요.
처음 시작할 때 조금 두려웠던 게 사람들이 365일 매일같이 선물하지는 않잖아요. 그러다 보니 곁에 오래 둘 수 있는 것도 해보면 좋겠는데 뭐가 있을까 고민했어요. 그러면 이름이 가위니까 가위를 판매하면 조금 웃기지만 재미있지 않을까 하고 단순하게 생각해서 일본, 대만 등의 괜찮은 가위들을 가져와 소개하기도 하고 영국의 유명 가위 업체에 의뢰해 OEM 형식으로도 생산해 팔고 있어요. 그리고 이 가위를 선물할 수도 있으니 보기 좋게 패키지도 만들었고요.
🎁 패턴지에 가이드라인을 표시해두거나 빠른 포장을 위한 사각봉투를 선보이고, 기본적인 포장 방법이 적힌 종이를 함께 제공하는 등 선물 포장에 대한 막연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노력이 돋보여요. 선물 포장 워크숍도 종종 진행하고요.
손재주가 없다거나 한 번도 해보지 않아서 선물 포장에 벽을 느끼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누가 포장해도 예쁜 포장지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 무료로 워크숍을 진행했어요. 절대 어렵지 않다, 금방 배울 수 있다는 마음으로요. 또 날을 드러내지 않고 안쪽으로 접는 게 포장 방법 중 하나라 패턴지 사방에 1cm의 가이드라인을 뒀는데 선 자체가 장식 요소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모든 포장지에 선을 넣었어요. 봉투도 예전에는 입구를 묶는 리본을 함께 판매했지만 그것조차 번거로울 수 있겠다 싶어 뚜껑을 추가했어요.
🎁 일상 속에서 손쉽게 포장 센스를 발휘할 수 있는 팁이나 노하우가 있다면요?
손재주가 있는 사람은 당연히 어떤 무늬의 포장지를 선택해도 잘해요. 그런데 손재주가 없다면 최대한 화려한 포장지를 선택하기를 추천해요. 민무늬일수록 포장 실력이 드러나거든요. 거기에 리본이나 태그 등 포인트를 더하면 효과적이에요.
🎁 기프티콘을 포함해 언제 어디서든 편리하게 선물하는 방식이 넘쳐나는 시대에 정성 들여 선물을 포장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사실 진심이 좀 더 드러나지 않을까 같은 생각도 했었는데, 그것보다는 감성적인 느낌을 원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선물을 포장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도 있고요.
🎁 어떤 선물이든 그 안에 담긴 마음만큼은 늘 크고 깊게 마련이죠. 가위는 그 따뜻한 마음이 상대에게 더 잘 전해지도록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가위의 제품으로 포장한 선물을 받은 이들에게 어떠한 감정과 생각이 들기를 바라나요?
특별한 사람이라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그런 마음으로 디자인하고 있고요. 저희 제품을 고르는 사람도 아마 일반적인 문구 매장에서 파는 것과 달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거예요.
🎁 선물을 받는 사람의 만족감 외에 포장의 기능적 역할도 있을 것 같아요.
기능적 역할보다는 쓰임이 다양했으면 해요. 예를 들면 지난해 말부터 색이 쉽게 바래지 않고 스크래치에 강한 고급 인쇄를 하고 있어요. 그냥 벽에 붙여놓거나 북바인딩을 할 때 커버로 쓸 수도 있죠. 저도 빈 액자 안에 마음에 드는 포장지를 잘라 넣기도 해요. 색감이 예뻐 포스터로 사용하고 있다는 후기도 많고요.
🎁 선물 포장을 통한 기쁨을 실감한 개인적 경험이나 기억에 남는 후기가 있다면요?
오프라인 행사에 가면 “어디에다 쓸지 모르겠지만 우선 사야겠어요”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포장지가 너무 예쁘니까 사면 선물을 하고 싶어질 것 같다고요. 그리고 워크숍을 마치고 가는 사람들의 개운한 표정을 보면 정말 뿌듯해요.
🎁 환경적 문제로 인해 과도한 포장을 지양하는 분위기도 존재해요. 이에 대한 나름의 고민과 해답이 있나요?
되도록 친환경 종이를 쓰려고 하고 재활용하기 쉬운 고급 인쇄로 바꿨어요. 포장지는 어쩔 수 없다 해도 봉투 정도는 재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 나름대로 방법을 고민 중이긴 해요. 한 번은 영어 과외 선생님께 봉투에 선물을 담아 드렸는데, 어느 날 그 봉투에 다시 선물을 담아 친구한테 전해줬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보관했다 다시 사용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책갈피나 북 커버로 활용하는 경우도 봤고요.
🎁 2021년 8월 시작해 어느새 3주년을 맞았네요. 앞으로 선보이고 싶은 제품과 함께 가위의 궁극적인 목표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직접 선물 포장 제품을 보고 고르거나 의뢰할 수 있도록 오프라인 숍이 존재해야 시너지를 낼 수 있는데, 그게 지금 우리 상황에 맞을지 초반부터 많이 고민했어요. 처음부터 잘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잖아요. 그래서 가장 큰 목표는 선물 포장 서비스도 하고 직접 할 수도 있게끔 재료를 갖춘 숍 오픈이 될 것 같아요. 또 전 세계에 있는 포장지를 다 수입해 소개해보고 싶어요. 만약 가위의 숍이 생기면 한쪽 벽을 포장지로 가득 채워두는 거예요. 포장지를 고르는 즐거움도 엄청나거든요. 욕심내지 않고 우리 속도대로 가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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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전혜라
Photographer 박나희